Skip to content

조회 수 11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6월 21일 연중 제12주일 - 마르코 4,35-41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삶의 무게 중심을 잃을 때>


    오래전 형제들과 남쪽 바다의 한 작은 섬으로 가는 연안여객선을 탔을 때가 생각납니다. 요즘이야 대부분의 여객선이 ‘카페리호’다 ‘초대형, 초고속’이다 해서 크게 멀미를 하지 않겠더군요. 그러나 당시 우리가 탔던 연안여객선은 그야말로 ‘초미니’였습니다. 작은 배에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이 타던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했습니다.


    항구를 출발할 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섬 사이를 빠져나가며 바라보는 경치는 장관이었습니다. 우리는 신이 나서 갑판 위로 올라가서 ‘폼’도 잡아보고, 그러다 지치면 배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고스톱’도 치고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1시간 쯤 지나 배가 큰 바다로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이상해져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엄청난 파도에 저희가 탄 배는 좌우로, 그리고 앞뒤로 마구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배 여행에 숙달된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던지 머리를 눕히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것은 그 와중에도 신나게 떠들면서 여유 있게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같은 ‘초보’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니 볼만했습니다. 다들 얼굴이 노랗게 변했더군요. 번갈아가면서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가기 바빴습니다. 속이 울렁울렁 거리면서 대낮인데도 별이 보였습니다. 이러다 죽은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멀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게 중심을 최대한 밑으로 잡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일찌감치 잠을 청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지 말고, 한 곳에 자리 잡고 차분히 있으면 좋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이곳저곳 뛰어다니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무게 중심을 잃었던 저희였기에 유독 심한 배 멀미를 했던 것입니다.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 신앙도 무게 중심을 잃어버릴 때 세상의 풍랑 앞에 즉시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죽을 고생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 그분께서 우리 신앙의 가장 중심에 자라잡고 계실 때, 그래서 우리가 그분 옆에 바짝 다가가 앉아있을 때 우리는 그 어떤 풍랑 앞에서도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도 비슷한 체험을 했던가봅니다. 저녁 무렵,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게 되었는데, 때마침 불어 닥친 역풍을 만나 죽을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를 저었지만 배는 역풍에 휘말려 계속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들이닥친 물이 배에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생을 하다 보니 제자들은 문득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데다 기진맥진해진 제자들은 이 난감한 국면을 어떻게 타개해야하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보여주신 예수님의 태도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태연하게도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속이 탄 제자들은 예수님을 흔들어 깨웁니다. 그리고 볼멘 목소리로 외칩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생명의 주관자인 당신과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에 떠는 한심한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큰 마음먹고 예수님을 따라나서기는 했지만 아직도 스승의 신원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아직도 한쪽 발은 육의 세상에, 다른 한쪽 발은 영의 세계에 들여놓은 어정쩡한 상태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자들 내면 깊숙한 곳에는 다양한 근심걱정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곳에 정주(定住)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생활에서 오는 불안함도 만만치 않았겠지요. 집요하게 그물망을 좁혀오는 적대자들의 존재도 큰 위협이었습니다. 과연 예수님을 따라나선 것이 좋은 선택이었는가 하는 의문도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런 제자들의 내면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파악하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불안감에 떠는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다른 무엇에 앞서 ‘믿음’을 지닐 것을 강조하십니다. 타성에 젖은 믿음, 막연한 믿음, 물에 물 탄 것 같은 미지근한 믿음이 아니라 제대로 된 믿음, 강렬한 믿음, 진심이 담긴 믿음을 요청하십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불안정한 존재입니다.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와도 비슷합니다. 성경에서도 인간을 끊임없이 방랑하는 존재, 불안정하게 이리저리 헤매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걷는 ‘이 좋은 세상’ 한평생 근심 속에서 살아갈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내가 나 자신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을 가지고 나 자신에만 관심을 집중시킨다면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흔들릴 것입니다. 우리 삶 전체는 온통 걱정에만 사로잡힐 것입니다. 늘 나 자신의 안전만을 추구하니 항상 불안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선을 하느님께로 돌려보십시오. 많은 것이 순식간에 해결될 것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나 자신에게서 해방되니 마음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그토록 나를 짓눌렀던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되니 삶은 장밋빛으로 변할 것입니다.


    자신의 실존을 위한 염려에만 얽매이지 말고, 인간의 실존을 가능하게 했고, 인간을 잘 알고 계시며 인간을 위해 섭리하시는 하느님께 믿음으로 자신을 내맡기는 작업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가톨릭성가 217번 / 정성 어린 우리 제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 (펌) 가족을 위한 기도 ...... (정원식) 이정훈 2009.03.09 2042
71 [펌] [좋은글] *O*... 고별사 ...*O* 이정훈 2009.03.10 2018
70 안녕하세요? 1 하비안네 2009.03.27 1194
69 주보 올리는 방법을... 하비안네 2009.04.11 1704
68 또 들립니다~ ^^ 1 file 하비안네 2009.04.14 1583
67 신앙의 활력소가 되길 1 김일수 2009.05.12 1321
66 홍보가 더 필요할것 같아요 1 김일수 2009.05.15 1295
65 [re] 책이필요해요... 1 풀잎의향기 2009.07.27 1716
64 책이필요해요... 1 풀잎의향기 2009.06.03 1950
63 본당설립 100주년을 맞으며 김일수 2009.06.09 1259
62 요안나 교우님께 감사 1 최재선루치오 2009.06.10 1139
61 사진은 크기를 줄여서 올려주십시오 이정훈(토마스) 2009.06.10 1315
» 삶의 무게 중심을 잃을때(펌) 이정훈(토마스) 2009.06.22 1148
59 고마워요 1 김혜영 2009.06.22 1186
58 봉성체 1 김혜영 2009.06.22 1289
57 100주년 기념 영적 봉헌 (제안) 홍영호 로벨도 2009.09.13 1330
56 [담화] 2009년 성서주간 담화문 이정훈(토마스) 2009.11.18 1032
55 셩경 쓰기를 끝내며 홍영호 로벨도 2009.11.18 1392
54 성경 필사를 다시 시작하며... 홍영호 로벨도 2009.11.26 1300
53 성갱쓰기 함께하면 좋습니다. 1 홍영호 로벨도 2009.12.04 117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 4 Next
/ 4
미 사 시 간 안 내
요일 새벽 오전 저녁
19:30
10:00
19:30
10:00
19:30
(특전미사)

06:30

10:30
(교중미사)

19:00
(공소미사)

1주: 공배
2주: 운산
3주: 문정

예비신자 교리반 안내
구 분 요 일 시 간
일반부 목요일 20:00

함양군 함양읍 함양로 1165 함양성당
전화 : 055-963-1009 , 팩 스 : 055-964-1119

Copyright (C) 2020 Diocese of Masan. All rights reserved.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