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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018년 교구장 사목교서

  
1. ‘마음의 귀’를 쫑긋 세우기

  아직 주교라고 불리기조차 어색한 사람이 ‘사목교서(司牧敎書)’ 라는 – 교우분들께는 아주 낯선 제목의 - 글을 올리게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목교서라는 말은 다른 게 아니고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습니다.”(요한 10,3 참조) 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오늘 우리 교구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드리는 글이라 여겨집니다.

극히 상징적이긴 합니다만 제가 여러분의 주교요 목자라면, 그렇다면 여러분은 양들로서 제 목소리를 잘 알아듣습니까? 자기 목소리 하나에도 끝내 책임질 수 없는 부끄러운 인간인 저와 제 동료 사제들의 목소리를 여러분들은 어떻게 알아듣고 이해하고 따르며 50주년이 되는 지금껏 살아오셨는지... 그것이 오히려 하나의 신비가 아니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마산교구의 오늘은 하느님의 손길 그분의 자비 없이는 있을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 없이는 스스로 서있을 수조차 없는 존재들입니다.(이사야 7,9 참조) 그러니 목자들도 양들도 모두 참 목자이신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듣도록 ‘마음의 귀’를 쫑긋 세웁시다. ‘육신의 귀’에는 오늘의 “여야(與野)”처럼 늘상 서로 헐뜯고 싸우는 일이 다반사겠지만, 사랑으로 오래 참으며 형성된 ‘마음의 귀’ 안에는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진정성이 귀하게 살아있을 겁니다.


2. 카이사르의 것 하느님의 것

  참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디를 가도 개인을 자유롭게 가만두지 않습니다. ‘여냐 야냐’ ‘종북이냐 수구냐’ 양자택일을 강요당합니다. 심지어 우리 가톨릭 교회 안에도 이런 현상이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저는 예수님처럼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마태오 22,21 참조). 그러니까 신자로서 자기가 ‘여’인 사람은 ‘여’로 살면서도 ‘여’로만 살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근본을 하느님의 진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기가 ‘야’인 사람도 ‘야’로서만 살지 말고 ‘여’를 더 높은 진리 추구를 향한 삶의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는 얘깁니다. 아버지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우리도 거룩한 사람이 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 또한 귀하게 새겨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여 야’ 의 현실로 살면서도 보다 진실한 ‘여’, 보다 거룩한 ‘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하기 시작하는 ‘여’와 저렇게 실행해가는 ‘야’를 우리는 참된 교회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3. 이스탄불의 어린사제

이렇게 진리에로 거룩함에로 불리었지만 여기 우리네 인간 삶이란 참으로 힘겹고 불안하고 무상하기만 합니다. 이제 이런 불안한 목장에서 살고 있는 우리 신부님들과 교우분들께 제가 참 좋아하는 글 한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이스탄불의 어린사제’입니다. 저에게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폭설이 쏟아져 내리는 이스탄불 밤거리에서

커다란 구두통을 멘 아이를 만났다

야곱은 집도 나라도 말글도 빼앗긴 채

하카리에서 강제이주당한 쿠르드 소년이었다

  
오늘은 눈 때문에 일도 공치고 밥도 굶었다며

진눈깨비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작은 어깨를 으쓱한다

나는 선 채로 젖은 구두를 닦은 뒤

뭐가 젤 먹고 싶냐고 물었다

야곱은 전구알같이 커진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더니 빅맥, 빅맥이요!

눈부신 맥도날드 유리창을 가리킨다

  
학교도 못 가고 날마다 이 거리를 헤매면서

유리창 밖에서 얼마나 빅맥이 먹고 싶었을까

나는 처음으로 맥도날드 자동문 안으로 들어섰다

야곱은 커다란 햄버거를 굶주린 사자새끼처럼

덥썩 물어 삼키다 말고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물었다

세입쯤 먹었을까

야곱은 남은 햄버거를 슬쩍 감추더니

다 먹었다며 그만 나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창밖에는 흰 눈을 머리에 쓴

대여섯 살 소녀와 아이들이 유리에 바짝 붙어

뚫어져라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곱은 앞으로 만날 때마다

아홉 번 공짜로 구두를 닦아주겠다며

까만 새끼손가락을 걸며 환하게 웃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길 건너 골목길로 뛰어들어갔다

  
아,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몰래 남긴 햄버거를

손으로 떼어 어린 동생들에게

한입 한입 넣어주는 야곱의 모습을
  

이스탄불의 풍요와 여행자들의 낭만이 흐르는

눈 내리는 까페 거리의 어둑한 뒷골목에서

나라 뺏긴 쿠르드의 눈물과 가난과

의지와 희망을 영성체처럼

한입 한입 떼어 지성스레 넣어주는

쿠르드의 어린 사제 야곱의 모습을



특히 우리 교구 젊은 신부님들께 혀를 깨무는 마음으로 이 어린 쿠르드 소년의 마음이 되어줄 것을 당부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사랑하는 우리 교우분들께서 다음 세 가지 성경 말씀에 많이 귀 기울여 주시길 빕니다. 주님 안에 늘 건강하소서.

  
1. 이 사람들이 진리를 위해 몸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곧 진리입니다.(공동번역: 요한 17,17)

2.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로마 12,9)

3. 너희와 함께 머무르는 이방인을 너희 본토인 가운데 한 사람처럼 여겨야 한다.

   그를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레위 19,34)




                                                          2018년을 준비하는 대림절에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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